편집국 편집장
철기 시대와 AI 시대의 평행이론
저자는 오늘날의 AI 혁명을 2,500년 전 ‘철기(鐵器) 혁명’에 비유한다. 철제 농기구와 무기의 보급이 생산성과 전쟁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 기존의 봉건 질서를 붕괴시켰듯, AI는 정보와 소통의 방식을 혁신하며 기존의 학문적 권위와 통치 이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비자가 살았던 시대는 ‘어떻게 하면 멸망을 피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을 누릴 것인가’가 국가의 유일한 과제였다. 이는 오늘날 무한 경쟁 속에서 위기관리에 골몰하는 현대 기업들의 처지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위기경영의 핵심: 법(法)·술(術)·세(勢)
저자 최병철은 치열한 산업 현장에서 30년간 몸담으며 위기관리와 혁신 업무를 담당한 베테랑이다. 그는 경영학을 공부하며 현장의 경험을 인문학적 통찰로 승화시켰다. 그의 독특한 이력은 한비자의 사상을 고리타분한 고전이 아닌, 펄떡이는 경영의 언어로 되살려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한비자의 핵심 개념인 법(기준), 술(평가 기술), 세(권위)를 현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접목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핵심 화두가 된 ‘안전경영’을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닌 ‘조직 문화’와 ‘성과 창출’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책 속의 세 가지 결정적 사례
책은 난해한 고전을 현대 경영 현장의 언어로 풀어내며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첫째, ‘왕에게 옷을 덮어준 신하’의 사례다. 한나라 소후가 낮잠을 잘 때 관(冠) 관리인이 추위를 걱정해 옷을 덮어주었으나, 소후는 옷 관리인과 관 관리인을 모두 처벌했다. 선의일지라도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은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였다. 이는 현대 경영에서 R&R(역할과 책임)의 명확성이 위기 대응의 기초임을 시사한다.

둘째,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교훈이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거짓말도 세 명이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정보가 넘쳐나는 AI 시대에 기업이 가짜 뉴스와 여론몰이라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리더의 ‘리체크(Recheck) 시스템’ 부재가 어떤 파멸을 불러오는지 경고한다.

셋째, ‘궁사와 범저의 활 제작법’ 이야기다. 숙련된 궁사는 나무가 형태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활을 만들었으나, 이론가 범저는 빠른 제작만을 강조하다 활을 부러뜨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책상 위의 매뉴얼이 아니라 현장의 땀과 경험이 녹아 있는 시스템만이 실질적인 위기를 막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강화로 기업은 외부적 환경에서 오는 위기와 더불어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어쩌면 리스크메니지먼트와 더불어 크라이시스(Crisis Manangement)이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재해예방에 대한 정책도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위기이자 위험이다. 그에 대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관리감독자에게 이 책을 교재로 배포했다. 저자는 이 책을 기본으로 한 기업 임직원 대상 특강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문의는 한국창직역량개발원에 문의(053-525-7088)하면 된다고 한다.
멈출 수 있어야 달릴 수 있다 저자는 “달릴 수 있으려면 멈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멈춤은 곧 안전이며 위기관리를 뜻한다. AI라는 초고속 열차에 올라탄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고전 해석서를 넘어, 가장 위험한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했던 천재들의 ‘생존 매뉴얼’로 읽힌다. 경영자에게는 조직 관리의 엄중함을, 실무자에게는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실천적 지혜를 선사한다.